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에세이 글쓰기 수업

[DAY-4] 밤 12시에 낯선 여자가 내 차 뒷좌석으로 들어온다면?

by 두발로 발품 2026. 8. 1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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착하게 살자!!!!

38살에 있었던 일인 것 같다. 한창 열정적으로 회사 일에만 매달리던 나이였다. 결혼 10년 차, 그중 8년을 주말부부로 지내다가, 집사람이 서울로 발령이 나면서 후암동 — 남산 서쪽 자락 언덕 중턱에 자리한 단독주택 — 에 전세로 살고 있을 때였다.

 

IT 영업을 하던 나는 접대 자리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. 그래도 집사람도 직장인이니, 우리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일찍 들어와 아이들을 돌봐 줌으로써 서로가 자기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, 우리만의 규칙을 정해 두었다.

 

이제 막 초여름으로 접어들던 어느 수요일 저녁이었다. 고객과 1차로 저녁을 먹고, 2차로 청담동 근처 바에서 양주를 한 병씩 비웠다. 도산 사거리에서 대리운전을 부르고, 나는 보조석에 지친 몸을 깊숙이 처박은 채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.

 

밤 열두 시가 되어 가니, 쌩쌩 내달리는 차들 사이로 사람들이 택시를 잡느라 이리저리 서성였다. 그때 후드득, 소나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. 앞 유리 너머로 한 여자가 역시 택시를 잡으려 서성이고 있었다. 눈 밑으로 마스카라가 흘러내려 있었다. '무슨 시련이라도 당했나. 이 시간엔 택시도 잘 안 잡힐 텐데.'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.

 

그와 동시에 대리기사님이 도착했다. 기사님이 내 차 문을 열고 타려는 순간, 소나기가 막 쏟아지자 그 여자가 내 차 뒷좌석으로 쑥 하고 들어와 버렸다.

 

나  : "아가씨, 이거 택시 아니에요. 빨리 내려 주세요."

대리기사  : "서울역 가시죠?"

  : "네."

아가씨  : "으흑흑… 아저씨, 미아리요."

 

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. 술은 술대로 취해 보였고, 그녀는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.

 

대리기사  : "일행이신가 봐요? 저는 서울역 쪽으로 콜 받은 건데요."

나  : "모르는 여자인데 갑자기 탔어요. 아가씨, 이거 택시 아니니까 얼른 내리세요."

 

내 차가 흰색 NF 쏘나타라, 캡만 얹으면 영락없는 택시였다.

소나기가 억수로 쏟아지던 참이라, 세워져 있던 차를 택시로 착각하고 올라탄 모양이었다.

 

십 분쯤 실랑이를 하다 보니, 아무래도 그 여자가 걱정되기 시작했다. 그 시절 밤 열두 시부터는 할증이라 택시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. 비는 쏟아지고, 무슨 사연인지 그녀는 그칠 줄 모르고 울고… 나도 술기운이 남아 얼른 집에나 가자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, 저 아가씨가 이 비에 택시도 못 잡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발목을 잡았다. 할 수 없었다.

 

나  : "아저씨, 미아리로 가 주세요. 이 아가씨 내려주고 서울역으로 갑시다."

대리기사  : "저야 괜찮지만, 손님은 괜찮으시겠어요?"

나  : "비도 이렇게 오는데, 경찰 불러 봤자 그 시간이 그 시간일 것 같아요. 돈이야 더 들겠지만."

 

도산 사거리에서 미아리 쪽으로 차를 돌렸다. 가는 길에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.

마침 여자 납치·살인 사건이 뉴스에 오르내리던 시기라, 이 여자를 내려놓고 혹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우리가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, 서로 연락처만은 확실히 주고받자고 했다.

 

다행히 동부간선도로가 뚫려, 이십 분 만에 도착했다. 길바닥에 그녀를 내려주고 우리는 서울역으로 향했다.

집엔 잘 들어갔으려나… 그날 이후 일주일간은 뉴스를 꽤나 열심히 봤던 것 같다.

아휴, 이놈의 술.

 

내 선행이 어떤 나비효과가 될지, 아니면 머피의 법칙이 될지도 모르면서 벌인 일이었다. 어쨌든 그날의 일은 이렇게 즐거운 에피소드로 남았다. 착하게 살았으니, 나도 이렇게 즐거운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.